초등학교 시절 우리 가족은 ○○의 단독 주택에 살았습니다. 그 시절 바닷가인 ○○의 겨울은 유난히 추웠습니다. 그 당시 저에게는 고민이 있었는데 밤에 책을 읽다가 코끝이 땡땡 어는 추위를 뚫고 형광등을 끄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일이 귀찮아 고안해 낸 것이 자동 형광등 리모컨이었습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늘어뜨려진 형광등 줄을 길게 연장하여 이불 속까지 가져가는 것입니다. 이 간단한 1, 2 미터의 줄이 겨울마다 얼마나 저를 행복하게 했는지 모릅니다. 이렇게 시대를 앞서간 저의 게으른 정신은 십 수년 후에야 제품화되어 제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일류 역사의 발전도 어찌 보면 게으른 사람들이 좀더 편하게 살기 위해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물론 저의 이런 실험 정신이 항상 성공한 것만은 아닙니다. 중학교 때는 할머니를 위한 자동스팀 안마기를 개발한다고 다리미와 수건을 이용하여 외할머니를 모델 삼아 실험을 하다가, 할머니께서 화상을 입어 몇 달간 고생하신 일이 있습니다 이렇게 저의 실험정신 속에는 웃지 못 할 사건들도 섞여 있습니다. 대학교 때 제가 속한 동아리에서 정신지체자를 위한 시설을 지속적으로 방문했는데, 한해 겨울에는 그 시설을 위해 달력 형 카드를 만들어 팔기로 했습니다. 손으로 직접 그린 12장의 그림이 있는 카드 크기의 달력이었습니다. 돈이 없는 우리는 인쇄비 조금 아끼겠다고 그림의 테두리만 흑백으로 인쇄하고 나머지는 모두 포스터물감으로 색칠을 했습니다. 그러니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겠습니까? 결국, 우리는 색칠하다가 카드를 팔 시기를 놓치고야 말았습니다. 수천 장도 아닌 수천 권의 카드달력! 우리는 300~500권씩 각자 나누어 팔기로 했습니다. 동아리 친구들 모두 정말 열심히 고생해서 팔았지만, 결국 자신에게 맡겨진 500권 모두를 판 사람은 게으른 저 한 사람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 카드를 다 팔 수 있었던 이유는 다른 친구들 보다 똑똑해서도 아니고 성실해서도 아닙니다. 이유를 굳이 달자면 단지 게을렀기 때문입니다. 게으른 제가 그 많은 카드를 일일이 한 권씩 파는 일은 엄두도 나지 않았을 뿐더러,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선택한 방법은 그 무서운 피라미드 판매 방식이었습니다. 십여 명의 친한 친구와 선후배들에게 전화 몇 통화로 할당제를 감행했습니다. 이렇듯 다양한 활동을 통해 성취감을 향상시킬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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